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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아무도 모르게 우는 방법-말할 수 없는 마음의 틈에서

by 스노벨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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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은 감정의 절제와 고요한 여운을 바탕으로 만든 습작입니다.
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우는 일에는, 그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그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말 없는 밤에 관한 기록이다.

스노벨의 아무도 모르게 우는 방법

 


아무도 모르게 우는 방법

울음은 꼭 소리를 내야만 우는 게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어린 나이에 알았다. 누군가는 얼굴을 감싸며 울고,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킨다. 나는, 조용히 숨을 멈췄다.

아무도 모르게 우는 법은, 침묵을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 말하지 않는 연습, 다 아는 척 하지 않는 연습, 괜찮은 척 하는 법을 익히는 것. 그건 처음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이 먼저 배운다.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나는 주로 밤에 울었다. 모두 잠든 후, 거실에 불을 켜지 않고 앉아 있었다. 창밖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음, 그것들이 나를 위로했다. 어둠은 나의 울음을 숨겨주었고, 고요는 내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어느 날,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울고 있었다. 아주 조용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이따금 그런 말을 했다.
“가끔은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울음이 너무 커질까 봐.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모르게 울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들키는 슬픔은, 또 다른 짐이 되기도 하니까.

학교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잘 웃었다. 누구보다 먼저 장난을 걸었고, 웃음을 터뜨렸고, 모두와 잘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많이 울었다. 아무도 없을 때만 나는, 나였다.

울음은 내게 비밀이었고, 그 비밀은 나를 조금씩 지켜주었다. 마음이 찢어질 때마다, 나는 조용히 한 발짝 뒤로 물러섰고, 그 틈에서 울었다. 그런 시간들이 나를 지탱했다. 누군가와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 말 끝마다 삼켜야 했던 진심들, 그 모든 것들이 눈물로 흘러나와야만, 나는 다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잘 운다. 아무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스 창가에 앉아, 혹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가. 세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갈 때, 나는 조용히 멈춘다. 그리고 아주 작은 숨소리로, 나를 위로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울음은 약함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단단한 마음이 만든 유일한 틈이다. 그 틈이 없었다면 나는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울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진심으로.


마무리 
사람들은 말한다, 울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눈물이 흐를 때 우리는 가장 솔직해진다는 것을. 울고 나면 비로소 다시 걷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도,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울 준비를 한다. 그것이 나를 지켜준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므로.

작가:스노벨 마음을 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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