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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바람과 하늘과 구름과 시: 말 없는 위로의 순간들

by 스노벨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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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필은 바람, 하늘, 구름을 통해 시처럼 다가오는 조용한 감정의 순간을 담았습니다. 기억과 고요, 그리고 내면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바람이 스치는 들판, 나무 옆에 시를 상징하는 흰 종이

바람과 하늘과 구름과 시

처음으로 온 것은 바람이었다.

시끄럽지도,

거칠지도 않았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그의 뺨을 스쳤다.

마치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기억처럼.

 

그 다음은 하늘이었다.

창백하고, 넓고, 말없이 바라보는 하늘.

그것은 결코 누르지 않았다.

다만 기다릴 뿐이었다.

 

구름들이 그 위를 천천히 흘러갔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는 떠오르지 않는 오래된 시의 한 구절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떠남’에 관한 것이었을지도,

아니면 ‘머묾’이었을지도.

아니면 둘 다.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가 다시 그의 안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말이 아니라, 바람과 하늘 사이의 고요한 틈에서.

 

바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말했다.

잎사귀들을 허락 없이 흔들고, 아무도 보지 않는 집 모서리의 먼지를 슬며시 건드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없는 그 바람을 귀 기울여 들었다.

하루가 펼쳐질수록 하늘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는 변화 때문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그렇게 함께 있는 존재로.

오후가 되자 구름은 조금 낮아졌다.

무겁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을 뿐이다.
하늘에게도 무게가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그는 다시 그 시를 떠올렸다.한 번도 써 본 적은 없지만,

늘 품고 살았던 시.

운율도 없고, 제목도 없지만
하늘과 바람, 그리고 침묵으로 이루어진 리듬이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그 안의 무언가가 천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부서지거나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저 서서히 늘어나는 느낌.

마치 오랫동안 숨을 참았던 마음이,
드디어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는 울지 않았다. 울 필요도 없었다. 하늘이 그남자 대신 울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이 글은 자연의 고요한 움직임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정과 마음의 언어를 되살리는 한 편의 글입니다.

31년간 하늘을 비행하면서 바람과 하늘과 구름과 내면의 대화를 적어 보았습니다.

시를 써본적은 13살무렵 밖에 없지만 내마음을 '시'라는 글자를 통해서 표현 해보았어요.

 

작가: 스노벨의 마음을 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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